말하지 않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방법이 있어

그 중에 하나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키스를 하면서

엄지손가락으로 볼을 어루만지기

나는 키스하느라 말이 필요 없을 때

그렇게 사랑한다고 말해

내가 집을 나설 때면 이브는 늘 묻는다. "남희, 어디 가?" "잘란잘란 싸자." 그러면 이브는 "플란플란 싸자." 라며 웃는다. "그냥 걸으러 가요." "천천히 걸어." 이 짧은 대화는 마치 주문처럼 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발리에서는 모든 게 그렇듯 느긋하게, '플란플란'하게 흘러간다. 매사에 서두르는 법이 없다.

 

-김남희 저,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살아보기 中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 참이더군

나는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에 회의적이다. 우리는 대부분 다른 사람들을 오해한다. 네 마음을 내가 알아, 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네가 하는 말의 뜻도 나는 모른다, 라고 말해야만 한다. 내가 희망을 느끼는 것은 인간의 이런 한계를 발견할 때다. 우리는 노력하지 않는 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세상에 사랑이라는 게 존재한다. 따라서 누군가를 사랑하는 한, 우리는 노력해야만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위해 노력하는 이 행위 자체가 우리 인생을 살아볼 만한 값어치가 있는 것으로 만든다. 그러므로 쉽게 위로하지 않는 대신에 쉽게 절망하지 않는 것, 그게 핵심이다.

 

쉽게 위로하지 않는 대신에 쉽게 절망하지 않는 것.

너는 웃으며 말했지.

그리고 그 웃음을 보며 나는 전율했다.

예전 누군가에게서 보았던 바로 그 표정이었거든.

 

난 여자가 사랑에 완벽하게 빠졌을 때 어떤 표정을 짓는지 안다. 상대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너무나 충만해서, 기쁨에 겨워 눈은 반쯤 감긴 채 마치 꿈을 꾸는 듯한 얼굴로 누군가를 한없이 바라보는 그 표정.

 

'그래, 모든 것이 예전에 봤던 장면이야...'

 

나를 위해 힘든 것도 마다하지 않고 시장에 들러 내게 필요한 것들을 대신 사다주던 일, 낙산의 붉은 바다를 바라보며 서로에게 굳게 다짐하던 순간, 더없는 사랑을 느끼고, 마음이 아플 정도로 애틋함을 느끼던 이 모든 것들이 다 예전에 경험했던 일들이었어.

그리고 난 그것들의 결말도 알고 있지.

 

#이석원, 보통의 존재

손을 잡은 손이 비로소 손을 이해한다

이마와 맞닿은 이마가 비로소 숨소리를 이해한다

단 하나도 띄어쓰고, 단 셋, 단 넷도 다 띄어쓰는데,

'단둘'만 붙이는 게 다정한 것 같아.

'함께하다'도 함께 쓰는 게 좋아. 사전은 다정해.        

 

#정세랑, 이만큼 가까이 中

 

 

 

나는 그 미소가 좋다.

정말 좋아서

열 번 중 열 번은 죽어도 좋다고 생각한다.

 

-이희주, 환상통

 

 

 

아마, 그래서였을 거다.

훗날 내게 사랑이 무어냐고 물어왔을 때,

'나의 부재를 알아주는 사람'이라 답한 것은.

 

김애란, 《비행운》 中 너의 여름은 어떠니